유익한 정보/집짓기 자료

황토방짓기-샛강

매직마운틴 2009. 7. 21. 12:38

<2006년 12월 4-5일 자재준비>

황토벽돌은 깊은바다님이 농장에서 찍어두었던 재고물량 500여장을 그냥 주셨다..

1톤차로 세 번을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쌓아놓고..

기초공사에 소요될 자재들을 사왔다..

냉가벽돌 4천장..(45,000원),모래 반 차..(3만원),시멘트 7포대..(31,500원) 계 106,000원

 

깊은바다님과 발해님이 알아서 잘 해주시겠지~

자재만 부려놓고 수원 농업연수원에 교육이 있어서 2박3일 집을 비웠다..ㅎㅎ

<2006년 12월 6-7일 기초공사>

땔감을 재워두던 창고자리를 뜯어낸 모습이다..


나야 집에 대해 아는것이라곤 전무하지만..

한겨울 공사를 강행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바짝 마른 황토벽돌을 믿었던 때문이었다..

날씨만 협조되면 열흘이면 될 것 같다고 하시는데..

시멘트 기초한 곳을 비닐로 덮어 다행히 별 무리는 없었지만 난데없는 겨울비가 사흘동안 줄창 내렸다..ㅎㅎ

 

<2006년 12월 9-10일>

깊은바다님과 발해가 이틀동안 기초공사를 끝내놓고..
어제부터는 나와 깊은바다님 둘이서 작업중이다..
머리털 나고 난생 처음으로 쌩노가다 현장에서 일을 해본다..

황토반죽하는게 똥짜바리가 빠질 지경이다..
점도 높은 황토인 탓인지 시멘트 처럼 고루 섞기가 수월치 않은데..
비맞은 흙이 밤새 얼어서 가마솥에 물을 끓여가며 황토익반죽을 했다..ㅎㅎ
(바다님 역시 살다살다 별놈의 반죽을 다 봤다고 하신다..)
오늘 반죽 한것만 열 다라이가 넘는다..에효효..

비지땀을 흘리면서 삽질해 가며 비벼대는것도 팔이 떨어져 나갈 지경인데..
반죽해서 삽으로 퍼다 줘야지~~
무거운 황토벽돌 한 장씩 쌓기 좋게 배달해줘야지~~
판자때기 옮겨서 작업공간 만들어줘야지~~
어제 150장,오늘 200여장 날랐으니 팔에 알이 배긴 모양인지 뻐근한게 죽을 맛이다..

난 데모도라는게 대충 하는건줄 알았디만 아주 사람 잡는 일이드만..ㅎㅎ

오늘 문틀 한 개와 동쪽 벽면을 모두 쌓았고..
기온이 밤새 영하로 떨어지는걸 막기 위해 보온덮개와 비닐까지 푹~덮어놨다..
내일 반나절만 더 쌓고 문틀 두 개 세우면 벽 세우기는 끝..!!

벽돌이 한층 한층 쌓여지며 이런저런 작업공정들을 지켜보노라면..
하루 일당 100만원을 준다해도 마다하고 싶지만..
내 손으로 집을 지으며 함께 경험해 본다는게 참 즐겁고 신난다..
손이 황토에 엉망이라 자료로 제때제때 찍어놓지 못한게 참 아쉽다..
내일은 나머지라도 일부 챙겨서 남겨둬야 겠다..

가마솥에 물 데우느라 방은 절절 끓는다..
슬슬 주몽이나 보러 가야지..ㅎㅎ

<문틀은 아랫마을 목수분이 직접 만들어 주었고 벽돌쌓기 2틀째 모습>

깊은바다님의 절친한 친구분 모친상이 있어서 이틀을 쉬었다.
그동안 좋았던 날씨가 조금씩 심술을 부려 아침저녁으로 바짝 추웠었다..
아랫마을 수박하우스농가에 가서 35미터짜린가..??
보온덮개를 빌려다가 저녁이면 빙 둘러치고, 아침이면 또 그 보온덮개를 벗겨내길 4일째..ㅠ.ㅠ
<2006년 12월 16일>
공사 6일째 대들보가 올라가는 날 아침..
눈발이 날렸다가~ 빗방울이 떨어졌다가~날씨가 거지같았는데..
 마침 식물원에 근무하는 종하가 휴무여서 아침부터 데모도로 투입되어..
베란다 한켠에선 목재소에서 가져온 나무를 다듬고..
나는 서까래 재목을 날랐다..
 
저녁답엔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때마침 도착한 주인아저씨까지 데도모로 투입되어 지붕공사를 시작했다..
황토를 10전쯤 넣어야 한다는데 생략했다..
2.5평의 작은 평수이기때문에 그닥 윗풍 걱정을 하지 않은 탓이다..
 
30미리 송판+방수시트+70미리 단열재+골함석을 씌웠다..
<2006년 12월 17일>
비와 눈이 오락가던 주말저녁 늦게 다행히 지붕공사를 끝내고 났더니..
밤부터는 눈이 푸지게 내렸다..
아랫마을에서 위문공연차 올라온 후배들과 그 날밤 지붕 덮었다고 좋아라~함시롱..
술도 오부지게 퍼 마셨다..ㅎㅎ
 
지붕이 높지 않은건 기존 황토방의 용마루와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며..
이곳은 바람이 악명높은 곳이어서 반생으로 묶었다..
(외벽은 일단 이것으로 끝입니다..
천상 봄이나 되야 외벽마무리 공사를 해야 할듯, 계속 손 볼일만 남은것 같습니다..ㅠ.ㅠ)
 
여기까지 들어간 재료들..
- 목재소에서 사온 나무값 390,000원,
70미리 단열재 및 골함석 스레트못 일반 못, 각목 등등 249,500원
기존에 있던 황토방(왼쪽)과는 달리 처마끝을 조금 길게 뺐다..

<2006년 12월 19일>
공사7일째..구들을 들였다..
구들돌 구하기가 수월치 않았는데..
주인아저씨가 수소문끝에 경주 어느 골동품상에서 사오셨다..
평당 9만원씩 3평 분량과 옛날 문짝 두 개(5만원)도 사오셨다..(32만원)
 
구들은 흐튼구들(막구들)을 놓았다..(동네할배 2명 : 20만원)
이날도 역시 동네 할배들 데모도 하느라 죽는줄 알았는데..
개자리 1미터쯤 파랴~냉가랑 구들돌 나르랴~황토반죽하랴~
당시에는 참 징글징글 했는데 지금와 생각하니 우습기만 하다..

데모도를 열심히 잘(?) 했더니 동네에 기막힌 소문이 돌고 있단다..
"아따~산으로 가는 배 처자는 얼굴도 이쁜데 기운도 씨데~~" ㅎㅎ


<사진:개자리 파고 구들 놓기전>


 
 
 
아궁이 모습과 굴뚝자리(매아래 오른쪽) 사진..
굴뚝 모습이 없네요..ㅎ
 

이후부터는 계속 불을 때기 시작했고..
슬슬 실내미장 공사 내용만 남았는데..
그건 다음에 할랍니다..^^
 
많은 분들이 공사비용이 궁금한 모양입니다만..
요기까지 들어간 공사비용은 알아서 합산하세요..
산술에 제가 약해서리..ㅎㅎ
 

방바닥 초벌미장은 10센치쯤 두께로 혼자 했는데 모래와 찹쌀풀을 섞어 되직하게 반죽했다..

둘이 하는 일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는데..

혼자서 반죽하랴~흙손 들고 설치랴~왜 일케 진력이 나던지..

 

다음날 아침..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한 방바닥 틈새를 보니 기함을 하겠더라만..

흙집은 일구덕이라더니 본격적으로 시작이었다..

방바닥은 연기가 새어나오는 곳이라 꼼꼼하게 메꾸어야 한다고 해서..
연신 불을 넣어가며 이틀동안 포크와 숫가락까지 동원했었다..ㅎㅎ(헤라는 기본이고..)

 

나름대로 요령이 생겨서 바싹 마른 황토를 방에 흩뿌려놓고..

틈새로 빗자루질을 살살 해 흙을 밀어넣고..

스프레이로 물 뿌리고 포크와 숟가락 꽁댕이로 꾹꾹 눌러주기..!

일주일 내내 방바닥 틈과 씨름했다..에휴 징글징글..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깊은바다님과 미숙언니네 삼촌까지 지원을 와서 벽미장과 삼벌을 했다..

다음날 아침..역시 벽도 마찬가지..ㅠ.ㅠ


뭐 모래비율이 어쩌고 찹쌀풀이 저쩌고 하지만 황토집 짓는 전문가도 아니고..
피할수 없으면 즐기자 까짓거..
황토맥질하고 틈새 메꾸고 고무망치로 두드리고..
주인아저씨와 함께 그렇게 연휴내내 씨름했다.

지겹던 틈새와의 전쟁도 얼추 끝이 보이고..
드디어 기다리던 도배..!
한지는 제대로 된 전통장인의 것을 쓰겠다고 문경에 있는 김삼식 한지를 구입했다..
 지천년(紙千年) 견오백(絹五百)이라 하지만 고작 두 평 반 도배,장판하는데
초배지와 장판지값이 무려 21만원이다..
 
그래도 집을 지으며 내가 가장 호사를 누리고 싶었던것이 한지인 탓에..
이 비용은 내가 과감하게 투자했다..ㅎㅎ
찹쌀 두 되 빻아와 사용했던 풀이 남아서 도배까지 찹쌀풀로 했는데..
옛 어르신들 알면 도배까지 찹쌀풀로 한다고 기함을 하실일이다..ㅋㅋ
 
앉는 높이까지 초배지를 바른 모습.. 

방바닥은 콩댐을 했다..
콩1되와 치자8알(색을 내기 위해서)을 하룻저녁 물에 불려 최소량의 물을 부어 빻고..
생들깨 1되를 수배해서 생들기름 1병을 짰다..
두 재료를 섞어서 광목주머니에 담아 굴리기..!
(콩,들깨 빻는 공임 4천원..)
 

 


콩댐에도 요령이 있는걸 몰랐다..
맨처음에는 꾹꾹 눌러주듯만 해야되는데..
멋도 모르고 주머니를 마구 문댔다가 닥종이 꺼풀이 일어나서 식겁했다..ㅎㅎ
 
결국 초반에 문댔던 방바닥 부분만 이렇게 됐으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ㅎㅎ

콩댐도 두 세번은 더 해야 된다는데..
방이 크지 않아 대 여섯번쯤 콩물을 들였다 ..
주인할머니는 그만해도 될 것 같다고 하시는데..
여러번을 문대서 그런지 눌러붙지 않고 그러대로 괜찮다..
 
 

....................
 
드디어...
샛강의 집, 배산임수한 맑은 터전..
 임좌병향, 도편수 깊은바다 지극정성건축, 자손만당 무궁무진..
장락당(長樂堂)이라고 이름도 짓고..
기초공사 자재 부리는 일부터 딱~한 달만에 입택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北자는 背자로 수정했슴..ㅎㅎ) 

손으로 튕기면 통통~북소리가 나는 창문엔..
호사스럽게 물매화 몇점을 붙이는 걸 끝으로..

지금은..
아침이면 대나무 시렁위에 황토이불 개켜놓고..

저녁이면 시커멓게~타 버린 아랫목에 엎어져 잘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달을 넘게 살면서..
벽윗부분이 말라가며 크랙이 점점 커지길래..
황토맥질 덧방도 진력이 나고..
한지를 3센치 정도로 잘라서 종이테이프처럼 바르고 삽니다..ㅎㅎ
 
나중에 깊은바다님이 황토방을 지을때..
제가 품앗이를 해주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공사비용은 그럭저럭 150만원정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벽돌과 흙값,인건비가 들지 않아서 싸게 친 셈이겠지요..
 
급한대로 주위에 지천인 나무들을 활용하지 못했지만..
조금씩 자재 준비하면서 진행하면 경비를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단, 맘에 맞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는 대원칙하에..!
 
......................
상전벽해라더니..
재작년 이맘때의 황토방 사진입니다..ㅎㅎ
윗사진들은 저 창고자리를 뜯어내고 지은 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