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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경산 풀나치통나무집 10 - 현장 골조조립 마침

매직마운틴 2009. 8. 27. 00:29

경산 풀나치통나무집 10 - 현장 골조조립 마침

 

 

드디어 D-day!

현장 조건이 편하지 않아 작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다 했습니다.

일부 센딩하고 단열재 넣고 가스켓(Emseal)작업, 그루브와 엔드를 점검하고

손볼 부분은 다시 손보고 2, 3라운드 그루브 일부는 제 판단에 따라 약간

오버커팅과 끌질을 더했습니다.

 

상차 전날 저는 다시 경산 현장으로 내려와 진입로를 최종 점검했습니다.

그동안 달무리님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마지막 관문이었던 진입로 초입의

땅주인인 할머니의 허락까지 받아 길을 넓혀두셨습니다. 그... "전봇대"는

뽑지 못했지만...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할 만큼 다 하신 셈이지요.

 

5톤 초 장축을 불러 진입여부를 실험하면서 "어렵기는 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라는 판단을 하고 작업장으로 올라와 11톤 화물차를 섭외했습니다.

10, 12미터 가량 되는 부재가 꽤 있었기 때문에 5톤 화물차에 전봇대처럼

싣고 나르는 일은 정말 최악의 경우로 상정하고, 상차하는 모든 기사에게

미리부터 약간 '아부'를 떨며 기름칠을 했답니다. ㅎㅎ

 

 

부재의 양이 많아 저는 상차와 하차할 때 항상 여유 있게 대형 크레인을

부르는데, 25톤 대신 50톤 크레인이 왔네요. 그 무지막지한 놈이라니...

작업장의 제 크레인은 한쪽에 조용하게 찌그러져 있었지요.

 

 

하차하던 날은 새벽부터 분주했습니다.

조용하던 마을이 그날은 하루 종일 요란했지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화물차가 그 골목으로 들어가려고 용을 쓰고 있으니 마을 분들 모두가

나와 구경하고 안타까워하고 한마디씩 거들고 전봇대를 원망하고...

 

하여튼 저는 화물차 모두를 현장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달무리님은

한편에서 미리 준비하신 대나무를 가지고 전깃줄을 들어 올리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런 광경을 지켜보셨는데, 나중에는 저보고

무모하다며 웃으시더군요. 무모하긴 했지만 그만큼 제 속도 바짝바짝 탔지요.

그러니 증거사진 한 장 찍지 못했네요.

 

 

오후 네 시가 돼서야 하차작업이 끝났습니다. 주변이 대부분 경사지여서

잘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 상차할 때부터 조립순서가 뒤섞이지 않게

차에 실었기 때문에 순서에 따라 필요한 점핑(Jumping, 퍼 나르기)을

할 수 있도록 부재를 배치했는데, 이런저런 작전을 짜느라 저는 며칠 동안

머릿속이 매우 시끄러웠답니다. ㅎ

 

 

자, 조립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뭇잎으로 만들었다는 천연 재(통나무전용 가스켓의 일종)를 맨 밑에 깔고

하프로그와 씰로그를 조립하고 나니 그제야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이 집의 이름은 "지암산방"이라 하신답니다.

저의 프로젝트명은 '무리''후광'의 뜻인 "HALO"인데 달무리님이 고심 끝에

'지암'이란 마을이름을 따 그렇게 정하셨습니다. 집짓는 과정은 건축주이신

달무리님이나 모든 작업자들에게 어려운 여건이나 그 결과는 이런 그림이

나옵니다. 조립과정에서 하신 말씀인데 거실 창의 윤곽이 드러나니 역시

자신이 그리던 그림이라고 만족해하십니다.

 

 

아~ 울진의 달길님이 전날부터 전화로 작업시작 시간을 묻더니 당일 새벽에

집을 나서 아침 8시가 되기 전에 현장에 도착하셨네요. 좀 천천히 온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는데 말이죠. 게다가 몇 개의 아이스박스에 피데기

(반 건조오징어), 가자미 물 회를 잔뜩 가져와 우리 입을 호강시켰습니다.

빈손으로 오면 누가 때리나... 그놈의 징한 오지랖... 파란모자 아저씨!

 

그리고 하차하던 날, 그다음 날 두 번이나 방문하신 대구의 서매력님,

제가 경황이 없어 인사만 건성으로 하고 말았네요. 미안합니다.

 

 

작업장에서 애 쓴다고 했는데도 놓친 부분이 있어 이를 뒤늦게 발견하여

보완작업을 합니다. '그냥 넘어간다?' 그런 거 없습니다. 이런 과정을 모두들

잘 따라주는 스태프들이 고맙지요.

 

 

풀나치통나무집은 부재수가 포스트&빔 경우보다 3배, 4배 이상 많기 때문에

크레인작업이 위험하고 까다로운데 특히 이번 경우처럼 크레인 위치가 낮아

기사가 대부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신호만 보고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서로가 매우 예민해집니다.

 

 

상상해 보세요.

보이지 않는 물건을 집어야 하고 다시 그걸 필요한 위치에 놓아야 합니다.

저는 스태프들에게 이런 작업의 특성을 재차 강조하고 주의를 환기시킨 다음

크레인기사와도 충분히 작업의 특수성을 이해시킵니다.

 

 

붐 들어, 내려...줄 풀어, 감어...좌로 이동, 우로 이동, 천천히 매우 천천히...

크레인은 거의 제 신호에 따라 움직입니다. 신중하고 정확하게...

 

 

 

이렇게 어려운 조건 속에서 드디어 캡 로그(CAP LOG)를 올리고

 

 

거실 전면에 '킹 트러스(KING  POST TRUSS)'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 집에는 두 개의 노출트러스를 배치했는데, 트러스는 '통나무집 - TRUSS의

멋'이라는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통나무집의 '얼굴' 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그 형태에 따라 집의 외관, 그 모습이 크게 달라집니다. 장식성이 강하지요.

저는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상정하고 거실 폭 만이 아니라 포치까지 넓힌

스판(Span)을 가진 노출트러스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그리고 앞으로 마감하는 과정에서 이 말이 뜻하는 바를 잘 알 수 있고 또

이해하게 될 겁니다.

 

 

2층 조립을 해 보지 않아 저도 상상만 해 왔는데 막상 트러스를 세우고 나니

보기에 좋아 제 마음이 흡족합니다. 이어서 이층포스트를 세웠는데 풀나치는

포스트&빔과는 달리 포스트가 놓일 곳의 높이가 제각각이라 걱정했습니다만

다행이도 높이가 모두 맞았군요. 휴~

 

 

 

상량문이 준비되고

 

 

가까운 분들만 불러 간소하게 준비한 상량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축문이 낭독되고 친구 분들의 헌시가 바쳐지고... 그러다 어느 순간 아주 익숙한

문장들이 제 이름과 함께 허공을 나르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나와 아내와 아이들이 살던 집에서 내 아이들의 아이들이 살아가며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표정과 목소리와 습관과 함께 나누었던 일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다시 그들의 아이들에게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살아온

세월을 들려줄 수 있는 흔적이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그렇게 세대를 이어줄

단단한 집과 그 집에 생기를 불어 넣어줄 삶을 살고 싶다."

 

저의 생각에 공감하며, 그 글을 액자에 담아 집에 걸어두고 싶었노라고 옆에서

달무리님이 제게 귀띔하시네요. 저는 감동하고...달무리님이 고마웠습니다.

 

아직 미완인 "아내와 삼남매를 위한 통나무집"이란 글 속에 담겨있는 내용인데

그 앞에 저는 이런 이야기를 적었지요.

 

"누구든 쉽게 세대의 단절을 말하지만 나는 물리적인 면뿐만이 아니라 철학적인

의미의 “집”을 통해 세대가 서로를 기억하고 이어지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풀나치통나무집은...

 

 

최고이며(Finest)

 

 

아름답습니다.(Beauty)

 

 

조립을 마친 다음날 비 예보가 있어서 통나무골조 지붕을 천막으로 덮느라

밤 9시가 되도록 라이트를 켜고 일했지요. 이게 다 건식마루를 고집하느라

생긴 사단인데, 다음날은 새벽에 뛰쳐나가 바람에 날린 부분을 붙들어 매고...

하여튼 묘안이 필요하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달무리님도 걱정이 되었는지 아침 일찍 현장에 오셨습니다.

커다란 물동이를 몇 개 들여놓고 이런 저런 조치를 끝내고 나니 달무리님이

기사 겸 관광가이드를 자청하십니다. 저희야 좋지요. 부산 다대포로 고고!

 

 

증거사진을 찍자고 사진기를 들이댔는데 어째 좀 어색하지요?

자연스럽지 않지만 창 너머 포구가 보이고...바닷가 맞습니다.

 

와중에 양산의 roadfox님 전화를 받았습니다.

 

"비 오는데 뭐 하십니꺼?"

"지금 다대포로 가고 있는데요..."

"그라모 점심식사하고 올라가는 길에 밀양에 들리면..."

 

달무리님도 흔쾌히 동의하십니다.

 

"예, 그럼 출발하면서 전화 드릴께요." 

 

 

2년 전에 같이 가 봤던 대나무 숲은 사라지고 부지가 훤하게 드러났네요.

역시 풀나치통나무집을 꿈꾸고 계시는데...언제 지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 ^






 

 음악출처. 지리산닷컴

 

출처 : 행복한 집짓기
글쓴이 : 우드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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