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이의 영월여행

[스크랩] 산속의 친구

매직마운틴 2012. 1. 31. 12:32

 

 

뜨거운 여름 영월 따라 다니면서 고추심고, 풀 매주고 얻은 첫 수확이다.

언니의 말로는 무척 맵다고 하는데 매운게 무서워서 된장속에 넣어서 먹을 생각이다.

참 신기하다. 풀 두어번 매준게 전부인데 이렇게 고추가 잘 열렸다는것이 신기할 뿐이다.

 

처음엔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졌던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의 차창밖 풍경이 이제는 낯익은 풍경으로

다가오고 영월에 내리면 처음엔 웅장하고 고풍스럽게 느껴지던 영월역도 마치 내 집인듯 편안하게

다가온다. 처음엔 영월에서 유명하다는곳만 다녀왔고, 그것도 빠르게 구경만 하는것으로 그쳤는데

 

조금씩 여유있는 구경을 하게 되었다. 영월은 가볼곳이 참 많다. 공기도 좋고 가는곳마다 멋진 풍경은 기본이고 동강을 끼고 드라이브를 하게되면 병풍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산에 취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동강은 간혹 물살이 센곳이 나타나기도 하고 잔잔하게 흐르는곳도 있을뿐더러 반대편으로는 산수화 같은 풍경이

한폭의 그림같이 펼쳐지는 마을도 보인다. 산과 강과 하늘이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동강 주변. 깨끗한 자갈들이 많아 몽돌해수욕장이 생각났다.

 

 

 

이제는 새로운길들이 생겨 옛 구길로는 잘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구길로 드라이브를 하게 되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산에서 속수무책으로 굴러떨어지는 바위도

만나게 된다. 위험방지를 위해 축대를 쌓아 놓기도 했지만 언제 어느곳에서 또 떨어질지 몰라

매우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처음 장만한 D씨는 폰 성능실험을 해 본다고 운치있는

마을에 머물러 비율이며 각도를 맞추고 사진을 찍기에 나도 비율을 맞춰 사진을 찍고 누가 더

잘 찍었나 비교도 해본다. 동강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너무 오래 머물렀나 보다.

하늘을 보면 파란 바탕에 하얀 구름이 두둥실. 마음속까지 파래 지는것 같다.

 

S언니네 동네인 영월은 인심도 후하다. 내가 본 사람들은 모두 남일을 내일처럼, 서로 돕고 인정도

많은 즐거운 사람들이다. S언니의 친구중에 이제 막 집 수리를 해놓고 살만 하니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마저 거동이 불편해 시설로 옮겨드렸다는 정말 아까운 집이 있었다.

그래도 가끔 친척들이 오면 집을 드린다고 했고, 그날도 우린 언니와 언니친구의 친정집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했다. S언니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추억의 이야기들이 한개 두개 꺼내어 지면

그집 마당에 개나리꽃처럼 만들어 놓은 네온에 그 이야기들이 하나씩 둘씩 걸린다.

 

밤 늦도록 신선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사람들이 좋은 이유는, 건전한 이야기가 오간다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강원도 특유의 사투리가 어우러져 이야기가 더 재밌게 들렸다.

참 재미없는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들어주는 사람과 맞장구 쳐주는 사람과, 술마시고

오다가 음주에 걸릴뻔 했다는 이야기며, 사고친 이야기며, 여름밤하늘에 별처럼 초롱 초롱,

빛나는 순수한 이야기들이 오가는것이 좋았다. 음담패설도 없고, 지저분한 이야기는 더더욱 없고

그래서 좋다. 이방인 같은 내가 끼어 있어도 무슨얘긴지 알것도 같은 그야말로 일상 생활에 일어난

이야기들. 다음날 출근을 위해 한명 두명 집으로 돌아가면 하늘에 별들이 마당으로 내려와

사람들이 돌아간 그 집 마당 평상에서 누웠다 간다.

 

시골이라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 까만 모기가 일반 모기보다는 크고 건강하다. 한번 피를 빨리면

족히 100그람은 넘을듯, 그밤 언니 오빠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 모기들에게 헌혈을 많이했다.

가는 시간이 아시워, 모기장 방충망만 닫고 거실에 누워 있으니 차가운 여름 바람이 들어온다.

 

딱 한숨자고 일어나는 시골사람들의 부지런함을 닮았는지 S언니는 이른새벽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서울의 게으른 여자였다.

한바탕 집 앞뒤로 다니면서 부지런을 떨던 언니가 들어와 아침밥을 지어준다며 부산을 떨자

나도 부시시 일어나 언니가 지어준 맛있는 밥을 먹고, 방금 밭에서 따왔다는 깻잎과 시골된장을

싸서 먹으니 입안에서 진한 깻잎향이 퍼진다.

 

시골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뒤란에는 장독대가 서로에게 의지해서 옹기종기 모여있다.

장독대를 봐줄 사람이라고는 가족도 아니고, 이렇게 가끔 그 집에 들러 뒤란으로 가는 사람들뿐

아무도 장독대를 제대로 봐주는 사람이 없다. 미니항아리 두개가 엎어져 있다. 정겨운 모습이다.

장독대 옆 쪽파밭에 풀을 매어줬다. 풀을 보면 매어주고 싶은 충동이 생기면 여지없이 농부라고

내가 단정을 지었다. 농부근성이라고.. 그래야 깔끔한 주변을 볼 수 있고 그 옆에 농작물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돌로 쌓여진 얕은 담벼락 너머에 길게 펼쳐진 밭이 온통 풀 밭인데 할 사람이

없어서 못하고 비어있다면서 어젯밤 언니 친구들이 올해 김장배추를 심어보자며 자못 진지한

회의를 한것도 같은데, 그 밭에서 초록잎 싱싱한 장미같은 배추가 자라길 상상해 본다.

 

 

 

 

이제 그집을 떠나기전에 원래 있던대로 깨끗이 정리해준사람은  언니였다. 그래야 다음에도 올수 있다고..역시 배울게 있다.

나는 마당앞에 있는 키가 커다란 해바라기를 보기도 하고  서울가서 봉숭아 들일려고 무성하게 많이

핀 봉숭아를 수북히 땄고 호박잎도 몇개 땄다. 하룻밤 재워준 고마운 집을 기억하며 그집을 나와

언니 밭으로 갔는데 들깨 모종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들깻잎이 무성하다. 또 한번 동네분들이 그런다.  잘 되는 집은

잘되나봐, 또는 농사잘 짓네요 하면서 깻잎과 고추와 고구마가 밭을 가득 매우고 있는것을 보니 마음이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깻잎을 따는데 향이 진하다. 농사를 잘 짓는것인지 정성이 갸륵해서 하늘이

적절히 비와 햇볕을 준것인지 참 잘 되었다. 언니가 나만의 밭이라던곳에 심은 고추는 잘 되었다.

집에가서 먹으려고 고추도 따고 고구마 순은 원뿌리만 남기고 나머지 땅에 붙어있는 순 뿌리는

모두 걷어 내어주고 간간히 풀도 뽑아 통풍을 시켜 주었다.

뿌린만큼 거둔다는 말이 딱 맞는듯 했다. 언니가 심어놓은 옥수수도 참 알차고 맛있었다.

옥수수에 얽힌 일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추억이 될것이다. ㅎㅎ

 

 

아침에 동네 돌아볼 요량으로 밖으로 나갔는데 동네라고 하기엔 길옆에 있는 몇집이 전부.. 어느

폐가앞 마당도 아니고 길도 아닌 길 곁에 이런 나무가 있었다. 무척 오래된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꼬여있을까? 참으로 신기한 나무더라.

 

D씨가 구경시켜준곳이 아닌곳을 S언니가 구경시켜주었다. 영월의 다른곳으로 언니를 따라 갔는데

숲속에 그림같은 예쁜집이 나타났고, 손님들 오면 가지고 놀 만한 왕 새총도 만들어 놓은 주인의

섬세함에 곳곳을 둘러보니 허수아비 같은 목각 인형도 곳곳에서 주인이 쓰다만 스포츠 모자를

쓰고 반겨주는듯 하다. 그림같은 집안으로 들어가자 직접 만들었다는 신발장이 인상적이다.

주인의 손길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난다. 포근하고 아늑하며 이곳에선 사랑이 저절로 넘쳐날것만 같다. 

앞면 완전 통창이다. 벽이 유리창이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의 풍경은 창문을 열지 않고서도 통면 유리로

내다 볼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집. 바라보이는 밖의 풍경이  정원이고 그야말로 사시사철 자동으로 바꿔주는

액자속의 그림 같았다.

 

 

 

기와집모양의 팬션과 황토찜질방이 낯선 풍경이면서 황토와 기와가 주는 어릴적 그 아늑함이 느껴졌다. 한팀이 팬션에서 휴가를 보내는지 산속의 새들과 함께 사람 소리도 웅성웅성 좋은 모습이다.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난장이 광부들이 나타나서 기와집 팬션으로 들어가 청소를 할것만 같은 동화속 풍경이다.

 

산속의 친구님네서 가져온 사진. 이렇게 밖으로 보이는 통유리창..(가을사진이다) 난 여름을 보았다.

 

산속의 친구님네서 가져온 사진...........인상이 참 좋으신 주인 아주머니.. 웃는모습이 백만불입니다. ㅎㅎ

 

 

 

서울 가는길에 잠시 들러본 영월의 구석 구석, 더 많은곳이 남아 있지만, 아마도 내가 영월에 푹 ~

빠져서 영월에 매료당할것만 같다. 이거 혹시 나중에 내가 영월에 가이드 하는거 아닌가 몰라

우스갯소리로 말했지만 영월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월가이드. 생각만 해도 좋네.. ㅎㅎ

꿈은 이루어 진다.. 푸핫~

 

 

 

 

출처 : 내 인생의 멜로디
글쓴이 : 크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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