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정보/행복한 통나무집 예약1번

[스크랩] 경산 풀나치통나무집 2 - 설계이야기

매직마운틴 2009. 2. 9. 16:26

경산 통나무집 2 - 설계이야기

 

 

경산 풀나치통나무집의 원안은 포스트&빔 타입이었습니다.

건축주께서 비봉포스트&빔의 스타일과 구조를 마음에 들어 하셨고,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면구조를 가지고 상의를 하는 과정에서 풀나치 통나무집으로

바뀌었답니다. 이런 저런 곡절(?)은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가 올 것입니다만

통나무 원목과 씨름하는 시간을 더 좋아하는 저로서는 기쁠 수밖에요.

 

장기적으로는 아드님을 결혼시켜 바로 이웃에서 같이 살게 하고 싶은, 조금은

야무진(?) 꿈을 내 비치셨는데 아마도 많은 아빠들의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수의 엄마들은 이를 왜 반대할까요? ㅎㅎ

 

집짓기 과정에서 건축주와 시공주가 가장 많이 의논을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어떤 평면구조로 만들까? 하는 점일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충분하다 해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건축주 입장에서 보면 먼 거리를

출장 다녀야 하는 제게 미안해하십니다만 필요한 일이므로 당연합니다. 물론

저 또한 그런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서로 협의하고 결정한 다음에도 작업하는

동안 내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요. 

 

 

통나무구조를 짤 때마다 연구를 많이 하는데도 제겐 여전히 계단 놓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특히 풀나치 타입은 그 구조적인 특성상 포스트&빔 일 경우보다

훨씬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요. 2년 ~ 3년 동안

통나무벽체가 내려앉으므로 계단을 아무데나 고정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통나무집은 기본적으로 복층구조인데,

2층의 공간 활용 목적에 따라 계단의 성격이 정해질 터이나 계단 그 자체가

차지하는 면적뿐만 아니라 여기에 오르고 내리기 위한 동선까지 고려한다면

꽤 많은 공간을 차지합니다. 언젠가 제가 통나무집의 설계이야기를 하면서

평면 구상할 때 무엇보다 가장먼저 계단의 위치와 오르내리는 방향을 정하여

안정적인 계단공간을 확보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만 모든 공간을

넉넉하게 배치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는 조건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겠으나

항상 주어진 여건에서, 그것도 통나무구조와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하자니

얼마 안 남은 머리카락을 많이 쥐어뜯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 집 역시 계단의 배치 때문에 몇 번 수정을 거듭했는데, 처음보다는 조금

넓어진 거실에 계단을 두면서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을 함께 묶는 방향으로

최종 정리되었습니다. 계단참의 높이를 조절해 위 아래로 효율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마감방법을 연구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 어려운 점은 현관의 모양을 잡는 일입니다.

우리는 생활 습관상 현관을 거실이나 다른 공간과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통나무집은 또 처마가 클수록 좋기 때문에 지붕이 기본적으로 다른 집들보다

웅장하단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작은 지붕을 반복해서 만드는 걸 경계합니다.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현관지붕을 따로 만들지 않고 배치하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는데, 아직까지는 포치(Porch)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대처합니다.

 

이 집의 포치는 현관 한쪽과 거실 전면방향의 Wall Log가 Header 높이에서

연결되는 동시에 집의 윤곽을 결정하는 전면의 경간(Span)이 넓게 확보되어

화려하고 웅장한 얼굴모습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이해가 안 되더라도

점차 통나무벽체가 쌓인 실제 모습이 보일 때 즈음에는 "아하 그렇구나!"

하고 단박에 수긍하실 것입니다. 기다릴 수밖에요.

 

 

이 집의 향은 아주 조금 동쪽으로 치우친 북향입니다.

해 받기로는 남향이 좋습니다만 조망의 비중을 높게 친다면 북향이 제격이지요.

경산 건축주께서 이 터를 고른 배경이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그러니까 이 그림이 바로 북쪽에서 바라본 모습인 정면도인데 전면 지붕에는

소위 뻐꾸기창이나 들창을 두지 않으며 거실 상부와 서측인 2층 발코니 앞에

외부 노출 TRUSS를 배치하고 박공 지붕처마를 2미터 가량 밖으로 내는 등

로그하우스의 전통적인(Traditional) 모습을 충실하게 따라 볼 작정입니다.

집에도 정신(spirit)이 있음이지요.

 

 

저의 기대 섞인 바람대로 앞으로 남은 12년 동안 대략 40채 가량의 가정집을

짓는 동안 저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같아 보이는 집'을 짓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쓸 것입니다. 한집 한집에 저마다의 개성을 부여하고 내부구조와

마감의 종류 및 형식에도 숨결을 불어넣어 집짓는 역할을 하는 저나 팀원들은

물론 그 집에서 살아갈 건축주와 식구들이 집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도록

꼭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6년 전 이맘때, '나는 왜 남의 집을 짓는 일을 하는 걸까?' 라는 글에서 저는

"내 소망은 누군가 귀인을 만나, 최소한의 제한을 주고 나머지는 모두 당신이

알아서 해보시오 하는 귀인을 만나 내 몸의 모든 세포를 살려내 상상하고

정성껏 만들어내는 그런 경험을 세 번쯤 해 보는 것이다." 라고 소원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난 건축주들은 매우 고맙게도 저에게 많은 재량을 주십니다.

물론 건축비용이나 건축규모에 대한 협의는 하지만 이것만 일단 결정이 되면

제가 드리는 약속은 포괄적으로 정리한 「공사항목」표 외에 복잡하게 나열한

시방서 따위가 없음에도 전적으로 저를 믿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려

저에게 공사 진행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맡기십니다. 건축주로부터 세세한

결정에 대한 위임을 받았으니 저는 그런 건축주를 대신해서 시시콜콜한 것까지

신경을 쓰고 고민을 하면서 일을 진행해 갈 것입니다.

 

저는 저의 소망을 비교적 많이 이루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이는 제가 건축주들로부터 받은 선물이니 지금부터 제가 갚아야 할 차례이지요.

저의 든든한 후원자인 여러분들에게요.

 

기대하고 지켜보십시오.

 

 

 

 

안드레아 보첼리 & 사라 브라이트만  Time to say Good bye

 

 

출처 : 행복한 집짓기
글쓴이 : 우드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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